역시 최근에 해치운 것들

하도 똑같은 제목만 써먹다 보니 번호라도 붙여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1. 바디 스내처

어느 정도 나이가 드니 확실히 고전은 괜히 고전이 아니라는 걸 이해하게 됩니다. 옛날 작품들은 “우와,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생각을 한거지?”의 느낌이라면 요즘 애들은 “오, 거 참 세련되게 만들었는걸”이랄까요.

사실 처음 얼마 동안만 해도 “헉, 너무 빠른 거 아냐?”라든가 “좀 호들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이거 몰입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걸 따라가다보면 정말 제대로 공포스러워요. 직선적 내러티브에 올곧다고 말해야할 정도로 한 길로 주욱 나아가는데 단순하면서도 심리묘사가 아주 친근감이 있습니다. 별별 기교 따위 부리지 않아도 이 정도로 충분합니다. ‘낯설음’이라든가 ‘생명’에 관한 자그마한 사고도 개인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지라 매우 만족스럽군요. 솔직히 기대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그 유명하다는 카펜터 씨 영화를 보고 싶군요. [“나는 전설이다”를 생각하면 이번에 니콜 씨 영화는 그다지 땡기지가 않아요. -_-;;]

덧. 그건 그렇고 20대 후반이 40대한테 반말하는 건 좀….???? -_-;;;;;

사용자 삽입 이미지 2. 죽은 자에게 걸려온 전화

르 카레 아저씨 소설입니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와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읽어본 분이라면 가볍게 읽을 수 있습니다. 분위기야…..항상 그렇죠, 뭐. -_-;;;; 춥고 습하고 우울합니다. 번역은 “팅커, 테일러…”에 비하면 발군이고, 사건보다는 인물과 심리 묘사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익숙한 이름들이 많이 등장하고요.
그건 그렇고, 이거 진짜 당시의 축 처진 분위기가 진저리나게 실감납니다. 제목부터 보세요. 이미 다들 죽어버렸다고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3. 비밀 요원

사실 저는 콘래드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대학교 때 수업시간에 읽은 “암흑의 핵심”은 당시 제 능력으로는 너무 힘들었다구요. -_-;;;; 게다가 문장을 봐도 딱 하고 감이 잡히지 않으니, 원.

위 책의 옆에 있어 무심코 집어든 녀석입니다. 윗권 다음으로 읽기 시작했기에 처음에는 딱히 속도가 붙지 않더군요. “스파이 소설의 원조” 어쩌고 해도 하고 싶은 말이 다르니 종류가 다르긴 다른 거니까요. [그렇지만 확실히 르카레 아저씨가 확실히 영향을 받긴 받은 것 같습니다. 닮은 부분이 많아요.] 사건이 터지기 전과 사건이 터진 후 분위기의 급반전이 무섭습니다. 분명 전체적으로는 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의 본면이 순차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계속해서 뭐가 빵빵 터지는 느낌입니다. 게다가 이놈의 인간들이 정말….!!!! 하나같이 평범한 소시민들인데 현대 인터넷 식으로 표현하자면 “다들 막장 테크를 탔어요!!!” 초반에서 간혹 쓴웃음을 지을 수 있다면, 후반에는 너무 쓰고 셔서 입을 헤 벌리고 읽어 내려가게 됩니다.

작품 해설 덕분에 콘래드 아저씨의 일생에 관해 좀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이 그런 분이라는 건 전혀 몰랐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4. 자전거를 탄 세 남자

“보트 위의 세 남자”의 후속편입니다. 아우, 이 아저씨 정말 어째요. ㅠ.ㅠ 첫 부분부터 아내들의 반란에 큭큭거리며 시작하긴 하지만 유머의 강도는 첫권보다 떨어집니다. 우선 출렁거리는 강 위가 아니라 두 발을 굳건히 땅 뒤에 대고 있어 고생과 삽질이 덜한 데다 배경이 유럽 대륙이라 그런지 상당히 진지하게 이야기를 늘어놓는 부분도 꽤 되거든요. 솔직히 좀 놀라울 정도였어요.

하지만 여전히 귀엽습니다. 첫부분밖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역시 부인님들이 최고예요. ^^*

사용자 삽입 이미지 5. 기적의 시대

….제가 책 설명에 쓰인 “패러디”의 의미를 잘못 해석했습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원하지 않은 기적을 받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면 될 듯 합니다만, 이거 읽다보면 너무 아파요. 가벼운 마음으로 낄낄거릴 생각을 하고 펼쳐들었는데 실제로는 전혀, 전혀 그럴 수가 없습니다. 예수와 열두제자들은 희극적입으로 그려집니다만 각 일화들의 주인공이라고 할만한 사람들은 전혀 그렇지 않은 고로 그 부조화가 상당합니다. 게다가 만약 제가 성서를 읽은 인간이라면 훨씬 많은 부분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비교를 하고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대충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더라, 정도 밖에 모르는지라 많은 부분을 놓친 것도 조금 아쉽습니다.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쉽게 읽히지도 않고요. 약간 뒤통수를 맞은 기분입니다.

역시 최근에 해치운 것들”에 대한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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