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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2018)

스튜어트 왕가 최후의 왕인 앤 여왕과
영국 역사상 유이하게 여성으로서 왕궁 살림을 맡은
말버러 공작 부인, 애비게일 마샴의 이야기.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가긴 했는데도 재미있었다.
학창시절 찾아 보던 영국 왕조에 관한 영화들을 연상시키는 면도 있었는데
화면은 한층 업그레이드되었고
무엇보다 여왕을 중심으로 권력을 노리는 두 여자가 얽혀
레즈비언 + 왕궁 정치물이 되다보니
남성 왕을 중심으로 한 삼각관계보다 훨씬 스릴감이 뛰어나다.
소재 면에서 참신하기도 하고 – 왕들의 동성애를 다룬 영화가 그렇게 많을진대 여왕의 동성애가 안될 건 뭐람
내가 잘 모르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더더욱.

앤 여왕의 히스테릭함은 항상 언제 사고를 칠까 두근거리고
말버러 공작 부인이 성격은 물론 권력을 탐하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든 게 매력적이라 나도 같이 흥분할 지경이었다.
(레이첼 언니 절 가져요! 승마복!! 아아악 언니 승마복!!!!!)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무도회 중간에 앤이 화를 내며 나와 복도에서 사라의 뺨을 때리는 장면.
그때 사라의 반응이 두 사람의 관계를 잘 보여줘서 좋았어.

하지만 아직도 마지막에 왜 그렇게 토끼를 크게 부각시켰는지 잘 모르겠군.
개인적으로는 애비게일 역시 그 수많은 토끼들과 같은 존재라는 의미라고 해석하고 있긴 하지만
그 연출은 너무….음 좀 기괴하잖아.

덧. 남자들, 특히 토리 당원들의 화장과 가발은 정말 ㅋㅋㅋㅋ 젠장.
난 영화가 시작하고 몇 장면이 지나간 뒤에야 분칠한 얼굴 속에서 니콜라스 홀트를 구분할 수 있었어. 아, 홀트도 이 영화에서 연기가 좋더라.

덧2. 영화 전체에 흩어져 있는 블랙 유머가 참으로 취향이었다.
같은 감독의 전작인 “더 랍스터”는 기대하고 봤는데도 별로였는데.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1973년, 실제로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빌리 진 킹과 바비 릭스의 남녀 테니스 대결을 소재로 한 영화. ‘여성은 열등하다’는 기본 전제를 깔고 있는 남성들에게 여성 테니스계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뿐만 아니라 유부녀였던 빌리 진 킹이 동성애자로서 자신을 정립하는 과정을 엮어 넣었다.

빌리 진 뿐만 아니라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바비 릭스도 상당히 정성들여 그려냈으며 동시에 빌리 진의 도덕적 결함까지도 그리고 있어 상당히 균형이 맞다. 두 사람 모두 누군가의 ‘우상’이나 ‘상징’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면 성공한 셈. 

50년 전이다 보니 여성들에 대해 거의 원색적인 언동을 하고 있어 가끔 피가 거꾸로 솟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 바로 그때문에 오히려 현대 차별주의자들의 요지를 금세 파악할 수 있다. 그들의 주장이야말로 그 긴 세월 동안 전혀 전진하지 못했다. 빌리 진 킹이 잭 크레이머에게 하는 말이 그때나 지금이나 정곡을 찌른 핵심.

코미디로 분류되어 있지만 그것이야말로 가장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시합 장면이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평가도 있었는데 내가 테니스가 유행하던 시기를 기억하던 사람이라 그런지 결과를 알고 있는데도 손에 땀을 쥐고 봤다. 라커룸에 혼자 앉아 있던 에마 스톤의 연기가 좋았어. 오롯히 혼자만의 공간에서 터져나온 감정이, 참 좋았다.

덧. 빌리 진 킹 언니 정말 소나무같은 취향을 갖고 있구나.
덧2. 엑스멘2에서 커트 바그너 역할을 했던 앨런 커밍이 나온다.
덧3. 엔딩 타이틀에 바비 릭스의 사진이 나오는데 진심 스티브 카렐 본인인 줄 알았다. 저렇게 닮게 만들 수 있다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 시사회 다녀왔습니다.

친구가 끝내주는 시사회에 당첨되는 덕분에, 꺄아

왕십리 아이맥스 3D로 관람했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1. 영화 좋습니다.
약간 길다는 느낌이 있는데 그래도 재미있어요. >.<
대부분 만족하실 것 같습니다.
스토리도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는 걸 염두에 둘 때 적당히 마무리짓고 또 뒤편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적당하네요.
다만 아이맥스라 화면이 너무 커서 그런지, 아니면 3D 효과 때문에 그런지
눈이 건물을 건너뛰는 스파이디의 속도감을 따라잡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가슴이 시원해야 할 절정 장면이 관객인 저로서는 가장 답답한 곳 중 하나였어요.
슝슝 날아가는 스파이디를 보고 싶은데 애가 잔상만 보여! 내 눈동자 굴러가는 소리가 들려!
라는 느낌랄까요.
마지막 씬은 순간적으로 가슴이 철렁! 할 정도로 좋았지만요.
2. 전 사실 예고편을 보고 앤드루 가필드가 너무 예쁘게 생긴 바람에
“뭐야, 피터가 너무 잘생겼어. 저런 얼굴에 너드에 찌질이일리가 없어!”
라고 외쳤는데
너드는 몰라도 찌질한 십대 남학생인 건 맞습니다.
예상 외로 그런 허세작렬 부분을 너무 잘 살려서 웃겨 넘어가시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마스크만 뒤집어 쓰면 나오는 그 조잘조잘 드립!
그게 너무 좋아요, 엉엉.
처음엔 약간 조증 걸린 애처럼 굴긴 하는데 역시 스파이디는 귀여운 수다를 떨어야 제맛이예요.
게다가 애가 어른이 아니라서 살짝 유치한 게 제대로라니까요.  
3. 그런데 연애를 할 때만은 너무 눈물나게 절절해서
이건 십대가 아닌데? 했더니만[주연배우들끼리의 진짜 관계는 그렇다 치더라도]
감독이 ‘500일의 서머’ -_-;;
게다가 영화가 끝나자마자 이름이 Webb이 떠서 순간 푸핫 웃어버렸습니다.
절묘한 우연의 일치로군요.
4. 그웬 스테이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상하게 이름이 귀에 익단 말이야,
하고 생각해봤더니 ‘스테파니 그웬’이 있었군요.
근데 원작대로라면…..
이 리부트 시리즈도 3편 짜리라면…
노먼 오스본이 이 시리즈의 최종보스라면
그웬의 운명은 이미 정해진 건가요?
5. 하긴, 스파이디가 원래 괴롭히는 맛이 있는 캐릭터긴 하죠.
얘처럼 인생 불쌍한 히어로가 또 있었던가.
이만큼 끊임없이 구르고 쳐맞고 마음고생하고, 심지어 생계형에 처량하게[이게 포인트] 피 줄줄 흘리고 옆 사람들 고생시키는 애가 또 있었던가. -_-;;;
게다가 얜 동료나 패거리도 없고 나이도 어려. -_-;;;;
이번 영화를 봐도 앞날이 뻔하더이다.
그래서 아이, 좋아라. >.<
그리고 역시 스파이디 쫄쫄이는 발톱으로 찢어발기는 게 최고!
6. 플래시는 원작에 있는 캐릭터인가요? 이상하게 비중이 큰 걸로 보아 그런 거 같은데.
….울 해리 자리 빼앗긴 건가, 흑흑흑. ㅠ.ㅠ 울 불쌍한 해리…ㅠ.ㅠ
하긴, 메리제인이 안 나오고 끝까지 그웬 노선이라면 해리는 안 나올 가능성이 클지도요.
덧. 몇몇 장면들이 특히 마음에 들었는데 아직 영화가 개봉 안한지라 다른 분들에게 누가 될까봐 입이 근질거려요.
스토리상 중요한 건 아닌데 그냥 그걸 집어넣었다는 게 좋아서. >.<
소소하고 깨알같은 열광거리들을 던져주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