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걸”

나는 늘 내가 과학자가 되었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궁금했다. 숫자는 싫어하지만 개념은 재미있었고 지루한 일을 싫어하면서도 동시에 결과를 얻기 위한 반복적인 일은 별로 꺼려하지 않고,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는 사실과 일들을 연결해 연관성을 찾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학교 교육에서 나가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동경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작가는 영문학을 전공했고, 식물학을 연구하고, 동시에 지질학과 역사학을 접목시킨 연구를 한다. 그 모든 것들의 뿌리와 과정이 그가 연구하는 식물의 구조를 그린 듯이 얽혀서 뻗어나가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하기 짝이 없다.

스스로 주변과 구분짓는 북유럽계 혈통에서 시작해 문학으로부터 시작된 특이한 경력과 여성과학자로서 겪어야했던 수많은 일들까지, 어디서나 무리 없이 섞이는 것이 가능하되 동시에 늘 이방인 같은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읽다보면 자꾸만 시대적으로 내가 살아온 시절과 아주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도 계속해서 실제 시점보다 십수년 앞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어쩌면 그만큼 내게는 낯선 환경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실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간접적으로도 이정도로 밀접하게 엿본 적이 없기에 소설보다 더욱 환상적으로 느껴지는 배경.

굉장히 독특하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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