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20년 2월월

“넥스트 인 패션” – 넷플릭스

패션에 딱히 관심도 없고,
특히 경연프로그램엔 관심이 없는 편인데
추천이 올라오길래 가볍게 볼 생각에 클릭.

오랜만에 보는 기분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미국애들 경연 프로그램은 특히 자극적인 부분이 많고
한국 쪽은 지나치게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아 거부감이 드는데
아주 적당하다.
개인의 배경을 설명해주긴 하나 간결하고 지나치게 감정에 치우쳐 있지 않으며
무엇보다 참가자들끼리 커다란 갈등 없이
서로 돕고 도와가며 친목을 다진다.

아마 참가자들 전원이 이미 웬만큼 경력을 지닌 프로페셔널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참가자를 선정할 때 정신감정까지 했다는 정보를 읽었다.

심사위원의 평에는 몇 개는 찬성, 몇 개는 동의하지 않는 편.
난 역시 깔끔하고 실용적인 걸 좋아하다 보니 런웨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한국 디자이너인 민주 킴의 스타일은 나와는 조금 안 맞는 편인데
그럼에도 레드 카펫 드레스와 밀리터리와 마지막 컬렉션 중 대다수는 좋았어.
색감이 뛰어나고 개성이 넘친다는 말에 동의. 확실히 형태든 색깔이든 언제나 눈에 확 띤다.

찰스와 다니엘도 깔끔한 게 좋았어.
하지만 역시 가장 취향이라면 경연 내내 엔젤이 입고 나온 옷들이 아닐까 싶다.

기분 좋은 프로그램이라서 10화를 다 본 뒤에도 몇 부분은 다시 돌려 보게 되더라.

“사마에게” (2019)

시리아 정부군에게 포위당해 고립당한 도시 알레포의 기록.
와드 감독은 수년 전 민주화운동 때부터 도시와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고
알레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남편 함자와 함께, 그리고 딸 사마와 함께
하루하루를 버텨나간다.

시리아 내전이라고 하지만, 과연 이것을 내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일방적인 상황을 전쟁이라고 불러도 되는 것일까?

독재정부를 몰아낸 자리에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들어오고
국제사회는 존재하기만 할 뿐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고
피와 죽음이 점점 뒤덮는 와중에도 생명은 태어나고 아이들은 자란다.

안에 있는 사람이 들고 있는 카메라의 기록이란
밖에서 들어간 사람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처절한데,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여전히 사람과 사랑과 정이 있어서
더더욱 가슴아프다.

그 일을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을망정 나는 광주가 고향인 사람이고,
그래서 내내 더욱 이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외세까지 끌어들여 자기 나라의 도시 하나를, 국민들을 지도에서 지워버리는 지도자에서부터
나아가 북한에까지 사고가 치닫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인류에게 환멸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계속해서 삶을 살고, 존엄성을 유지하고, 남을 돕는 이들에게
존경심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